매년 돌아오는 그저 그런 사순과 부활?
연말과 연초를 보내면 금세 사순 시기가 코앞에 다가와 있다. 재의 수요일, 판공성사, 금육과 금식 등 다소 무거운 사십여 일을 보내고, 주님 부활 대축일 장엄 미사 후에 지인들과 함께 웃고 즐기는 성당 마당에서의 파티가 끝나면 다시 일상이 반복된다. 전례력에서 1년 중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순과 부활 시기를 대부분 신자들은 이렇게 지내고 만다.
대림과 성탄 시기는 연말이라는 특별한 시기와 맞물려 조금 더 흥겨운 듯한 분위기에서 맞이하기라도 하지만, 사순과 부활 시기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며 고난에 동참하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내심 하루빨리 주님 부활 대축일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맞이한 주님 부활 대축일은 마치 그동안의 금육과 금식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이 거하게 먹고 마시는 시간을 갖고는 바로 사순 시기 이전의 삶으로 회귀하고 만다. 그러면서 마음 한쪽에서는 뭔지 모를 허무함 혹은 허전함을 느끼며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순·부활을 새로 보게 될 ‘사순·부활 새로 봄’
사실 ‘부활’에는 우리 인생 전체의 의미가 달려 있다. 부활은 곧 우리 삶의 의미意味와 무의미無意味의 갈림길이기도 하다. 인류는 저 먼 옛날부터 죽음을 이기고 싶어 하며 삶의 의미를 추구해 왔다. 예수님의 부활은 바로 이런 인류의 추구와 물음에 대한 응답이다.
한민택 신부는 이 책 『내맡기는 용기』를 통해 사순과 부활 시기를 새롭게 바라보고 참된 자유를 찾아 나아가게 하는 친절한 멘토로서 우리를 이끌어 준다. 이 책 『내맡기는 용기』의 안내에 따라, 사순과 부활 시기 동안 매주 묵상하고 실천하다 보면, 우리는 이전과는 또 다른, 새로 봄의 ‘사순’과 ‘부활’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사순과 부활 시기의 진수를 보여 주는 책의 구성
사순과 부활 시기는 서로 깊이 연결된 시기이면서도, 각 시기를 지내는 방법은 다르다. 하지만 그 내면에 흐르는 영적 여정은 사순과 부활 시기에 서로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깊은 연관을 갖는다. 사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이 없는 부활은 있을 수 없고, 부활이 없는 수난과 죽음은 무의미할 뿐이다. 그래서 이 책 『내맡기는 용기』는 크게 2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에서는 ‘사순 시기 영적 여행’을, 제2부에서는 ‘부활 시기 영적 여행’을 한 권의 책에서 안내한다.
이 사순과 부활의 영적 여행을 저자는 주간 단위로 풀어내어 우리를 이끌어 준다. 저자의 체험들을 토대로 하는 깊은 묵상이 담긴 감동적인 에세이로 각 주간을 안내한다. 그리고 그 묵상 끝에는 독자의 묵상과 실천을 이끄는 물음들을 남긴다. 이 물음들로 저자의 이야기가 독자 자신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실천으로 나아가게 한다.
포기의 두 차원과 ‘내맡기는 용기’
‘내맡기는 용기’는 어쩌면 사순과 부활의 신비에 필수 요건일 것이다. ‘내맡기는 용기’는 포기의 두 가지 측면 중 더욱 적극적인 측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포기는 하려고 하는 일이나 계획 등 모든 것을 완전히 그만두는 측면과 다가오는 알지 못하는 무언가에 대해 모든 신뢰를 두고 내맡기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이 내맡김은 자신을 전부 내어놓고 온전히 신뢰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모두를 보답을 바라지 않으며 내어 주는 것이다. 그 상대란 내가 매일의 삶을 살기 위해 의지해야 하고 헤아릴 수 없는 당신의 신비로 나를 감싸 안아 주시는 하느님이시다.
예수님과 친구 되는 데 필요한 내맡기는 용기
우리는 예수님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저자는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다만 그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에 머물지 않습니다. 삶을 공유하고 시간과 공간을 나누며 사는 것입니다. 서로의 인격을 접하며, 그 인격의 신비 안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머리말 중)라고 말한다. 예수님을 안다는 것도 예수님의 삶을 공유하고 시간과 공간을 나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