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일 | 2021-09-29 | 상품코드 | 1279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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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27*188mm | 상품 무게 | 260.00g |
ISBN | 9788932117959 |
암흑인 듯 광명인 듯
어둠도 당신께는 어둡지 않고
밤도 낮처럼 빛납니다.
친구들과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여행을 떠나고, 주말이 되면 성당에 가며 종교 생활도 하던 그런 평범한 일상.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그 일상을 잃어버렸다. 어느 개인이나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다.
《깊은 곳의 빛》은 이런 상황에 인생을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은 사제가 집필한 책이다. 갑자기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고, 고독과 침묵에 내던져진 사람들. 매일 확진자 수가 증가했다는 소식과 병상이 부족하다는 소식만 들려오기에 이 어둠은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어둠 속 깊은 곳에는 반드시 빛이 있다. 우리는 이 어둠을 존재에 관해 고찰할 기회, 우리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만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 책은 인간 실존의 근간을 이루는 ‘관계’, ‘고독’, ‘침묵’, ‘육체’, ‘죽음’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에 관하여 살펴보며 그 안에서 우리를 희망으로 인도할 빛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인생의 결정적인 과정을 담은 이 짧은 묵상의 여정이 삶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다가가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눈을 들어, 어둠 속에 반짝이는 저 깊은 곳의 빛을 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 프롤로그 중에서
“신부님, 두렵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어찌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자인 루이지 마리아 에피코코는 적극적으로 신자들과 소통하는 사제다. 피정을 지도하고, 강의를 하며, 영적인 도서를 출간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성직자나 수도자, 평신도에게 신앙을 전하고 있다. 《깊은 곳의 빛》는 이렇듯 각계각층의 신자들을 만나 온 저자가 이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받은 편지와 그들에게 들은 이야기로 각 주제의 문을 열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의 첫 주제인 ‘관계’에서는 소중한 사람을 만날 수 없어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 ‘고독’에서는 누군가를 잃을까 봐 두려운 마음이 커진 현실에 대해서 신자들이 저자에게 말을 전해 준다. 또한 ‘침묵’에서는 분주한 삶을 살아왔다가 이번 일을 계기로 고요와 접촉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육체’에서는 지금까지 육체가 있음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살아왔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죽음’에서는 이번 일로 자신보다 소중한 이를 잃어 고통스러워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둠이 있는 곳에 광명을.”
어둠 깊은 곳에서도
빛을 찾는 참된 그리스도인
이렇게 우리가 코로나바이러스로 맞이한 달라진 일상으로 말을 시작하는 이 책 《깊은 곳의 빛》은 이러한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차분히 설명해 주고 있다.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게 되면서 진실한 관계, 영성이 존재하는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또한 고독과 마주하면서 물론 외로움의 감정을 느끼겠지만, 그 안에서 우리의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우리의 일부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 기회를 잡게 되면 관계의 부재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깊은 내면에 있는 자신과 관계를 맺으며 외로움에서 벗어나 다른 이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코로나바이러스로 바뀐 일상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니 바뀐 일상을 그저 답답하다거나 어둠에 갇혀 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또한 이 책에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보여 주는 일화도 실려 있다. 군중을 피해 이른 아침이나 밤새 홀로 기도를 드리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 우리도 온전한 자신을 찾기 위해 가끔은 현실과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전투에 나가 싸우다가 부상을 입고 강제로 격리되어 고독하게 지냈던 이냐시오 데 로욜라 성인의 모습을 보면 의도치 않았던 위기의 상황을 내면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이렇게 모두가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묵상을 하며 깊은 곳에 계시는 주님과 함께한다면 이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을 수 있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희망의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게 될 테니 말이다. 우리 안에는 어둠을 넘어설 수 있는 희망의 빛이 있다.
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그러나 힘든 시기와 그 흔적은 어둠을 거치면서 끌어낸 축복과 선함의 표식이 된다. 많은 경우 우리는 전투에서 승리할 무기가 없지만, 힘없이 쓰러져 더는 일어설 힘이 없다고 느낄 때도 계속 싸울 수 있다. 우리 안에는 기르고 드러내고 사용하고 알아야 할 힘이 숨겨져 있다. 그러므로 ‘깊은 곳의 빛’은 더욱 밝게 빛난다.
─ 본문 중에서
프롤로그 · 7
관계 · 19
저는 소중한 사람이 그립습니다.
고독 · 41
사랑하는 사람이 저를 떠난다는 두려움,
지옥이나 다름없습니다.
침묵 · 67
침묵이 그 자체로 아름다우리라고는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육체 · 95
살면서 제 육체를 지금만큼 생생하게
인지한 적은 없었습니다.
죽음 · 121
죽음이 남긴 상처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에필로그 · 139
역자 후기 · 143
기도문 - 평화의 기도 · 148
예수님은 죄를 외면하고 감추려 드는 세태에 안타까워하신다. 그분은 죄책감을 덜어 주는 용서로 사람들을 쥐락펴락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모순되고 병들고 잘못을 저지르는, 있는 그대로의 사람들에게 손을 뻗으시고, 그들의 손길에 몸을 내어 주신다. 그렇게 우리 삶을 구원하신다. 우리가 빠져들어 있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을 만나게 해 주신다.
― 10쪽 ‘프롤로그’ 중에서
코로나 때문에 봉쇄 조치가 내려진 지금, 왜 이제 와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솟구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간 가족에게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한없이 주절대는 꿈을 꿉니다. 아버지를 껴안는 꿈을 꿉니다. 밤에는 잠에서 깨어 어떻게 이처럼 중요한 관계를 등지고 살 수 있었는지 자문해 봅니다. 저는 여태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에게 진정한 친밀감을 느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마음대로 집 밖을 나가거나 소중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지금, 그동안 저는 자신에게 엄청난 거짓말을 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 23쪽 ‘관계’ 중에서
우리 모두는 관계가 필요하다. 그런데 부분적으로 맺는 관계는 바람직하지 않다. 즉 나, 우리 사이의 관계만 있어서는 안 된다. 나와 다른 너, 타인과 맺는 관계도 있어야 한다. 또 세상과 맺는 관계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관계가 마음을 울리는 진실한 관계여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영성이 부재하는 현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 36쪽 ‘관계’ 중에서
고독은 제 삶을 이해받지 못하고, 공유할 수 없으며, 설명할 수 없다는 느낌과 제가 가장 아끼는 누군가가 언제든 저를 떠날 거라는 두려움입니다. 제게 이것은 지옥이나 다름없습니다. 가장 사무치는 고독이죠. 신부님은 이 고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아실까요?
― 43~44쪽 ‘고독’ 중에서
우리가 판단하여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도 자유를 발견하고 누려야 한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것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태도는 우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피해자에서 주인공으로 말이다.
― 54~55쪽 ‘고독’ 중에서
요즘에는 모든 것이 다 이상합니다. 발코니로 나가서 도시의 적막을 느껴 봅니다. 낯선 기분이 듭니다. 어떤 일을 하건 항상 소음이 배경처럼 깔려 있어야 했으니까요. 침묵이 그 자체로 아름다우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비로소 알 것 같습니다. 기도하기 위해 말은 중요치 않고, 침묵이 본질을 깨닫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던 신부님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 69~70쪽 ‘침묵’ 중에서
침묵으로 들어갈 용기를 내면 내면의 군중 속으로 내던져지게 된다. 입을 닫게 되면 그 군중은 격렬하게 자신을 항변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두려움과 불안감의 외침이다. 그것은 별이 되어 우리를 이끌 용기가 없는 내면의 판단과 상처와 희망이 만들어 내는 난폭한 표현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전해 준 감정과 교육에서 탄생한 사고의 뒤틀린 추론이다. 그것은 억눌린 뒤 출구를 찾지 못해 불만과 분노와 좌절을 낳은, 말할 수 없는 욕망의 외침이다. 요컨대 우리 안에는 군중이 살고 있고, 침묵은 그 군중의 말을 새겨들을 줄 아는 능력이다.
― 74~75쪽 ‘침묵’ 중에서
저는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의 손길을 느끼며 눈을 감는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아무도 다가오지 않은 채,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에는 몸 쓰는 법부터 다시 익혀야 했습니다. 갓난아기처럼 호흡하고 걷고 먹는 법을 다시 배워야 했습니다.
제게 육체가 있다는 것을 지금만큼 실감한 적은 없었습니다.
― 98쪽 ‘육체’ 중에서
부활한 이와의 만남은 그의 육체와 만나는 것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직접 몸을 드러내 보이셨다.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만, 나는 너희도 보다시피 살과 뼈가 있다.”(루카 24,39)
― 101~102쪽 ‘육체’ 중에서
신부님에게 묻고 싶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어찌 이리 부당한가요? 딸을 먼저 보낸 엄마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신부님은 남은 자식들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시겠지요. 하지만 제 일부는 프란체스카와 함께 죽었습니다.
― 124쪽 ‘죽음’ 중에서
소중한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고 아무것도 못 한 채 홀로 두었다는 죄책감으로 끊임없이 슬퍼하면 결국 죽음이 죽음을 부르는 결과를 낳는다. 죽음의 속박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아가려면 진정한 애도가 필요하다. 때때로 우리는 그 속박에서 벗어나면 사랑했던 사람을 배신한 것이라 여기며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운다. 고통을 멈추는 것은 사랑하는 이를 잊는 것이라 여기며 그 늪에서 빠져나오려 하지 않는다.
― 135쪽 ‘죽음’ 중에서
인생은 빛과 그림자의 연속이지만, 빛이 없을수록 빛에 대한 기억을 키워야 한다. 가끔 어두운 길로만 빠져들고 너무 지친 나머지 눈앞의 지평선을 놓칠 때가 있다. 등반하는 과정이 너무 힘겨워 우리를 도와줄 단서를 발견하지 못할 때 주로 그런다.
― 139쪽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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